만화 '검정고무신'은 이제 추억 속으로
'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향년 51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주간 만화 잡지 '소년 챔프'에 최장수 연재된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이우영 씨가 향년 51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출처: YTN
2023년 3월 11일에 발표한 강화경찰서의 조사 상황에 따르면, 2023년 3월 11일 인천광역시 광화군 선원면 자택에서 이우영 작가가 본인의 방문을 잠근 채 오랜 시간 기척이 없었고, 가족들이 이우영 작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지만 밖에서 방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뿐더러, 안에서 사람의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강화경찰서는 소방 당국과 함께 이우영 작가 자택으로 출동하였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여 강제로 방문을 열었을 때 이우영 작가는 이미 그 안에서 숨져 있었습니다.
경찰 측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우영 작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이에 관하여 이우영 작가가 남긴 유서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우영 작가의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대화했었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최근 저작권 소송 재판을 다녀온 뒤 유독 스트레스 받아하며 힘들어한 것 같다. 아마 원인이 있다면 그것이 아닐까 싶다." 라고 진술하였으며, 이에 따라 경찰은 부검은 하고 싶지 않다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이우영 작가에 대한 부검은 하지 않은 채,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YES24
만화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형제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가족 만화로, 이영일 작가가 줄거리를 작성하고, 이우영 작가와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검정고무신은 연재 당시에도 '국민 만화'라고 불리며 45권짜리 단행본이 발행되는가 하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면서 인기가 매우 컸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1900년대의 추억을 향수하는 한국 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시대에 변함없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출처: KBS
하지만 2019년부터 저작권 소송에 휘말리기 시작하였는데, 시발점은 '검정고무신' 만화의 2차 저작물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2008년 6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형설앤'에서 그림 작가 이영일, 이우영 형제에게 '검정고무신'을 사업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하면서 그림 작가들 이름과 함께 저작권위원회에 형설앤 대표의 이름을 창작자로 등록하였습니다. 당시 형설앤 대표가 보유한 지분은 대표 캐릭터인 '기영이', '기철이', '땡구' 등 9개로 저작권의 36%를 차지하였으나, 2011년에 형설앤 대표가 이영일 작가에게 2000만 원을 지불하고 17%를 추가로 양도 받아 53%까지 차지하였습니다. 이때 형설앤 대표는 사업권 설정 계약에서 '모든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및 그에 파생된 모든 2차적 사업권을 포괄하며, 손해배상청구권 및 일체 작품 활동과 사업에 관한 모든 계약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고 위반 시 3배의 위약금을 낸다.'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게다가 형설앤 대표는 그림 작가 이영일, 이우영 형제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상영하였다면서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그림 작가 형제가 다른 곳에서도 만화를 그렸다면서 1억 원의 민사 소송까지 제기하였습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이에 이우영 작가는 "내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무척 흥행하였다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흥행하는 동안 내가 받은 돈은 단돈 435만 원이며, 법을 잘 몰라 캐릭터도 빼앗겼다. 게다가 2차 저작물 관련한 사업이 더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그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 하였다. 게다가 불공정한 계약을 빌미로 부모들까지 고소를 당해 더는 창작 활동을 할 자신이 없다." 며 입장을 한 차례 밝혔습니다.
출처: HSPUB
하지만 '형설앤' 측에서는 "만화로서의 '검정고무신'과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검정고무신' 캐릭터는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원작과는 차이가 있을 뿐더러, 당시 관행에 따라 맺은 계약을 현재 법을 반영한 표준계약서와 비교할 수 없다. 심지어 100여 종의 책을 냈지만, 수익은 별로 없었고,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적자가 났다. 다만 부모 고소와 관련하여서는 애니메이션을 불법으로 상영한 업체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이우영 작가의 부모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 걸린 것이다. 이를 인지한 뒤에는 이 부분에 대해 고소를 바로 중단하였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출처: Youtube
이와 같은 불공정한 처우가 계속 되자 2020년 6월 29일에는 한국만화가협회가 나서 "1990년대 한국 만화의 대표작인 검정 고무신의 창작자들이 작품의 2차 저작물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완전하게 배제되고 있습니다. 만화를 토대로 2차 저작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작가들은 이 과정에서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 하였으며, 심지어 일부 제작 상품에서는 원작자에 대한 표기조차 없었습니다. 창작자가 보유하게 되는 저작권을 사업화라는 명목 하에 포괄적, 배타적으로 양도 받아 행사하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가 여전히 만연해 있습니다. 양도계약이 있었다는 이유로 창작자들로부터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고 창작물들을 이용하여 수익을 내는 것은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처사입니다." 라며 성명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법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었으며, 이우영 작가는 2023년까지도 다양한 곳에서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Youtube
사망 소식이 들리기 나흘 전에는 한 치킨 브랜드가 '검정고무신' 그림을 삽입함과 동시에 상호명을 '기영이 숯불 두 마리 치킨' 으로 칭하여 이우영 작가가 문의하였지만, 치킨 브랜드 측에서는 캐릭터 대행 회사, 즉 '형설앤' 측에서 모든 책임을 자기들이 물겠다며 계약을 진행시켰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에 이우영 작가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치킨 브랜드에 문의하니 캐릭터 대행회사 측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캐릭터 계약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고 해서 계약을 했다고 문의에 관해 메일을 보내왔다. 원작자를 피고인으로 만들어 재판을 걸어놓고 막무가내로 캐릭터 사업을 하면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 라며 심경을 털어놓은 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