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향년 85세 나이로 별세한 가운데, 그의 사망 원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4일 현미의 팬클럽 회장 김 모씨는 오전 9시 37분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 주방에서 쓰러져있는 현미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현미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왕언니' 현미의 별세 소식에 가요계 역시 슬픔에 빠졌습니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가수 현미, 100세까지 살 수도 있었다"
유튜브 이진호
이날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이진호'에는 가수 김흥국이 연예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그는 현미에 대해 "존경하는 대선배님이다. 지금이야 트롯 시대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분들이 없었다. 한국 대중가수로서 음악 스타일이 재즈 스타일이다. 성량도 풍부하고 창법도 시원시원하다. 한국의 남자 가수는 최희준 선생, 여자 가수는 현미 선생이라고 할 정도였다"라고 고인을 떠올렸습니다.
김흥국은 현미의 부고 소식에 대해 "깜짝 놀랐다. 더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이촌동에 사시는 것까지 다 안다. 항상 택시도 많이 이용하시고, 많이 걸어다니시고 이런 것까지 다 봤다. 그래서 '건강하시구나' 하고 인사도 드리고 친하게, 가깝게 지내는데 갑자기 저렇게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발견만 좀 빨리 됐으면. 저렇게 빨리 돌아가실 분도 아니고 진짜 90세 100세 이상 잘 사실 거라고 봤다"며 "혼자 사시니까 발견이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현미가) 같이 방송을 하면 그렇게 예뻐해 주시고 후배들을 잘 챙긴다. 의리가 있고 선배들도 잘 하지만 후배들에게도 칭찬 많이 해주고 조언도 해주셨다. 따뜻한 어머니, 누나 같은 분이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가수 현미, "싱크대서 넘어져…빨리 도와줬다면" 안타까운 사망 이유
SBS
현미의 평소 건강상태와 지병에 대해서 이목이 쏠렸습니다. 가수이자 대한가수협회 회장인 이자연은 현미의 사망과 관련해 "어제까지 외식도 하고 돌아오셨는데, 넘어져서 그런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현미의 사망은 갑작스러웠다고. 이 회장은 "지병이 있으신 건 아니었다, 어제까지 외식도 하고 돌아오셨는데, 넘어져서 그런 것 같다"라며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기로 작년에 베란다에서 꽃화분 만들다가 넘어지셔서 발목이 부러졌다. '이제 다 나았어', '무대에 설 수 있어'라고 하셔서 무대도 세워 드리고 했는데. 사무실 놀러 오셔서 발목을 보여 주시더라. 붓기가 있긴 해도 '이젠 안 아파'라고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자연은 "그런데 한 번 다치면 약하지 않나. 발목도 삐끗하면 계속 거기만 삐끗하지 않느냐. 아마 그게 원인이 아닌가 싶다. 싱크대 앞에서 넘어지셨다는데, 누군가 빨리 도와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이어 "비보를 듣고 정훈희 선배님과 통화를 하면서 울었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더라"라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 믿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파악되지 않음에 따라 사고로 별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김씨와 유족을 조사하고 현미에게 지병이 있었는지 병원 치료 내역 등을 확인해 사인을 규명할 방침입니다.
고 현미의 조카인 노사연 측 관계자는 "노사연씨가 현미 선생님의 부고를 접했다"며 "촬영 일정을 마치는대로 빈소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는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입니다. 현재 고 현미의 두 아들이 비보를 접하고 미국에서 귀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미는 그간 방송을 통해 조카 한상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왔습니다. 과거 한 방송에서는 "가족 한상진과 시트콤을 찍고 싶다"라며 "가족인데 자주 못 본다"라고 말한 바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6·25로 가족과 이별→유부남과 결혼까지...현미, 파란만장 인생사
KBS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실향민 1세대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의 파란만장한 삶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현미는 1938년생 올해 나이 85세 대한민국의 가수로 평남 평양시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1·4 후퇴 당시 평남 강동에 있는 조부모댁으로 피난을 갔다가 남향했으며, 이 과정에서 어린 두 동생과 헤어졌습니다.
현미는 1998년 헤어진 동생 김길자씨와 중국 창춘시에서 50여년만에 재회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상봉 이후 두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는 2018년 한 방송에서 "항상 마음 속에 두고 온 두 동생이 있다. 마음 속에 명자, 길자가 자리잡고 있다"며 애통해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생과 만남 이후) 하루에 한 스무 번씩 울었다. 계속 눈물이 나왔다. 병원에 가니까 우울증 초기 증상이니 환경을 바꾸라고 하더라. 미국 아이들한테 가서 두 달 동안 치료받고 왔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에는 가상현실(VR)로 구현한 고향 집에 찾아가는 콘텐츠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현미는 1960년 자신에게 '밤안개', '떠날 때는 말없이' 등 인생곡을 선물한 작곡가 이봉조와 결혼했습니다. 이후 두 아들을 품에 안았지만 이봉조에게 숨겨둔 아이와 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계는 파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KBS2
이봉조는 현미가 이별을 통보하자, "같이 죽자"며 칼을 들고 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현미는 본처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이봉조와 왕래를 끊었습니다. 이봉조는 이후 전처와 재결합을 끝내 거부하고 1987년 여름 향년 56세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가수 현미 "눈 감는 날까지 건강한 모습 보여주고파"
SBS
현미는 재즈풍의 보컬을 통해 한국형 팝을 선도하였던 인물로, 1957년부터 현시스터즈로 데뷔한 뒤 1962년 <밤안개>가 수록된 1집 앨범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몽땅 내 사랑' '애인' '보고 싶은 얼굴'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60년대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습니다. 허스키 보이스와 강한 성량을 앞세워 그리스 국제 가요제에서 주요 부문 수상에 성공하며 전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기와 인지도에 힘입어 현미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 취임 파티에 초청받아 한국 대표 가수로 무대에 올랐고 기립박수와 앙코르 세례를 받아냈습니다. 2007년에는 데뷔 50주년 앨범을 발표하고 한국 최초의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고 2017년에도 데뷔 60주년 기념 신곡 '내 걱정은 하지마'를 공개하며 가수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또 '슈퍼스타K2' 심사위원을 맡은 것을 비롯해 '아궁이' '고부 스캔들'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 "90세까지 씩씩하게 노래하겠다"고 열정을 보여주며 2023년 사망하기 전까지도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주로 외부행사 및 예능 위주로 출현했습니다.
KBS2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누리꾼들은 "언제나 에너지 뿜뿜 젊은 모습으로 멋지게 사시다가 편안히 가셨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승에서도 멋쟁이로 사시길." ,"끝까지 젊게 사시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셨네요.녹록치 않은 삶을 늘 웃음과 긍정을 보여주신 점 참 감사했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너무 눈물이 나네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등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